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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들에게 운동배우기-*
구석기 원시인들의 활동
우리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2만년 전 원시인들의 활동을 보자. 남자들은 사냥을 나갔고 여자들은 과일과 씨앗, 견과류 등을 채집하기 위해 계속 걸었다. 원시인들에게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였다. 겨울에는 풀이나 과일을 채집하기 어렵고 추위를 피해 숨어있는 동물들을 사냥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식욕이 왕성해서 겨울이 오기 전에 잘 챙겨먹어 복부와 허벅지에 지방을 비축해둔 원시인들은 모진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다.
구석기 시대에는 탄수화물 섭취가 많지 않았다. 과일이 풍성한 계절에는 충분히 먹을 수 있었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뇌는 포도당만을 고집한다. 그러다보니 몸은 탄수화물이 부족할 때 단백질을 포도당 1으로 바꾸는 방법을 터득했다. 2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해도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혈액의 포도당 농도가 떨어지지 않게 한다. 지방은 굶어죽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 에너지원이므로 쉽게 포도당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러다 과일을 먹게되면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만드는 반응이 종료된다. 인슐린 3은 지방분해를 막는 가장 강력한 호르몬이다. 인슐린농도가 조금만 증가해도 지방분해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이 바로 억제된다. 4
사냥을 나갔다가 사나운 동물과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죽기 살기로 싸우든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쳐야했다. 이것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몸 속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스트레스 반응, 즉 “fight-or-flight(싸우든지 도망치든지)” 반응이다. 곧바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이 분비되고 심장은 빠른 속도로 펌프질을 해대면서 팔다리 근육에 혈류량을 늘린다. 산소와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다. 혈액 내에는 포도당과 지방산 농도가 증가한다. 위장관은 잠시 일을 멈춘다. 한가롭게 음식을 소화, 흡수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나운 동물로부터 몸을 피했거나 그 동물을 때려잡았다면 스트레스 반응은 종료된다. 아드레날린 분비가 감소하면서 맥박과 호흡이 다시 느려지고 혈압이 정상수준을 회복한다. 한편 코티졸은 위기 상황에서 연료로 사용했던 포도당과 지방산을 재충전하기 위해 식욕을 자극한다. 음식을 섭취하여 당질과 지방산이 들어오면 비로소 분비가 줄어들면서 스트레스 이전상태로 돌아간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 근육은 근육 속의 포도당을 빠르게 소진해 버리고 간에 저장되어있는 포도당 역시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과 은신처를 찾느라고 궁리해야 하는 뇌에게 집중적으로 공급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심장은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조직의 기능은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에너지를 비축해두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좀처럼 에너지를 끌어내려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음식이 없어 며칠씩 굶어야 한다거나 추위나 공포 등으로 심장운동이 아주 활발해지는 상황이 여기에 속한다.
사냥을 하거나 맹수의 공격을 피하고자 전력을 다해 뛰어야 했던 구석기시대 원시인들은 혈액 속에 포도당 수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비축된 지방을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죽을힘을 다해 뛸 일이 없으니 혈당수치가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혈당을 높이는 탄수화물 음식은 도처에 널려있다.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꺼내 쓸 일이 별로 없어진 것이다. 몸 속에 지방을 쌓아두는 능력이 뛰어나 어려운 시기에 생존하면서 자손을 퍼뜨렸던 구석기 시대 원시조상들의 후손인 우리들은 이같은 능력을 물려받은 덕분에 비만과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구석기 원시인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우리 신인류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음식을 구할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필요가 없는 우리는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많이 먹을 필요가 없어졌다. 혈당을 높이는 탄수화물 섭취도 줄여야 한다. 에너지원이 아니라 생물학적 기능을 갖는 단백질은 잘 챙겨 먹어야 한다. 걷기를 ‘운동’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운동은? 맹수의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가끔씩 “있는 힘을 다해 뛰어주는” 트레이닝을 해주는 것이 20분 이상 가볍게 뛰는 유산소운동보다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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