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적 체중조절 시스템의 위력-*

Posted at 2009. 7. 5. 14:42 // in 필진 칼럼/박용우 교수 // by 트레이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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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트니스 월드의 유부빌더입니다. 오늘은 박용우 선생님의 연재글인 '살빼고 싶다면? 원시인처럼 먹고 움직여라!' 5편을 올리겠습니다.

1편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2, 3, 4편을 통해 현대 문명에서 우리가 비만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언급했고, 렙틴이라는 호르몬의 역할과 언제나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려는 '세트 포인트' 이론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5편에서는 실제 임상의 예를 통해 세트포인트를 단순히 '의지력'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의 글을 못보신 분들은 밑의 링크를 통해 천천히 둘러보시구요.....


본격적인 글의 시작에 앞서 몇몇 용어들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렙틴 호르몬이란? 체내 지방에서 분비하는 호르몬. 체내 지방량이 줄어들면 렙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이는 뇌를 자극하여 에너지를 아끼고 식욕을 강하게 내보내서 에너지 섭취를 자극한다. 반대로 렙틴이 늘어나면 뇌를 자극하여 포만감을 발생시킨다. 

(2) 렙틴 저항성이란?  포만감을 자극하는 렙틴의 효율성이 떨어진 상황. 즉 포만감을 느끼게 하기 위하여 이전보다 더많은 렙틴이 필요해지는 상황을 말함. 비만은 렙틴 저항성을 유발한다.

(3) 세트포인트란? 내몸이 정상 체중이라고 받아들이는 기준점. 단기간 먹는것을 줄여 살을 빼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몸이 뚱뚱했던 상태의 몸무게를 정상체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네요. 그럼 바로 글을 만나보시죠~!!!

상향재조정된 세트포인트를 내 ‘의지력’ 만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물 속에 들어가 누가 오래 버티나 시합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내 의지력은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버텨보려 하지만 내 의지력을 무시하고 내 몸은 어느 순간 공기를 찾아 물 밖으로 얼굴을 내몰아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굳은 의지력으로 먹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몸 속 깊숙한 데서 나오는 생리적 신호를 이길 수 없다. 이제까지 다이어트에 실패한 이유는 의지력만으로 살과의 전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체중조절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세트포인트가 80kg으로 올라와 새롭게 자리잡았다는 얘기는 내 몸이 ‘렙틴저항성’으로 인해 이전보다 증가한 렙틴의 양을 새로운 기준점으로 재설정했다는 의미다.  이런 상태에서 예전의 60kg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내 몸은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도래했다고 ‘긴장’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체중조절시스템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력한 생리적 신호로 현재 세트포인트로 설정된 체중과 체지방을 어떻게든 유지하려 한다. 

이런 상황은 마치 먹을거리가 부족한 겨울철에 곧 다가올 따뜻한 계절에 대비해서 어떻게든 비축해둔 지방을 아껴 쓰면서 겨울을 났던 구석기 원시인들의 환경을 떠올리게 한다.  세트포인트가 떨어지는 상황은 굶어죽을지도 모르는 환경에 노출된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내 몸의 렙틴감수성은 최고조로 올라가게 된다.  허기신호는 초목근피를 찾아 먹어야 할 만큼 강하게 나타나고 신진대사속도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수준 정도로 뚝 떨어진다.

 

생리적 체중조절시스템의 위력


생리적 체중조절시스템의 위력은 어느정도일까? 내가 대학병원 비만클리닉에 있을 때 ‘위장내 풍선장치’라는 치료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 재질로 만든 풍선을 위내시경을 이용하여 위장 내에 삽입하고 생리식염수를 채워넣어  위장크기를 줄이는 효과를 얻는 시술법이다.


[그림 1. 내시경 모니터로 본 위장내 풍선장치]


위장 안에 500cc 크기의 공이 들어있으니 늘 그득한 느낌이 돌고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금방 찾아와 많이 먹을 수가 없다. 
여기 성공한 경우와 실패한 경우 두 예를 소개해 본다.


<CASE A : 성공한 경우>


이 모 양(여, 19세)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급격하게 살이 찌기 시작해서 중학교 2학년 때 나에게 왔다. 당시 체중이 80kg이었는데 한 달간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75kg 까지 감량하였다. 고등학교 2~3학년 2년간 공부에 매달리면서 체중이 다시 급격히 늘었고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휴학계를 내고 다시 나를 찾아왔다. 6개월간 적극적으로 살을 빼는 데에만 전념하겠다는 거였다. 체중 99.7kg, 체지방율 50%인 고도비만이었다. 위장내 풍선장치 시술을 시행했고 6개월 후 풍선장치를 제거할 때까지 30kg 감량에 성공하였다.


[그림 2. 이 모양의 6개월간 체중과 허리둘레의 변화]


 이 모 양은 살을 빼기 위해 휴학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감량의지가 있었지만 처음 6주 동안 급격히 빠지던 체중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점차 속도를 늦췄고 이 때부터는 식이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였다. 풍선장치를 제거한 6개월 이후부터는 세트포인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폈고 이 기간 동안에도 필요할 때마다 간간이 약물처방을 하였다. 이 모 양의 현재 체중은 62kg으로 감량체중을 아직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 



<CASE B :실패한 경우>


 김 모 양 (여, 19세) 역시 중학교 때부터 체중이 늘어 고등학교 2학년 때 내게 처음 찾아왔다. 당시 3개월간 약 18kg을 감량하였는데 대학 입학에 실패하면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다시 이전 체중으로 돌아갔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진료실을 찾아왔을 때 체중은 134.4kg, 체지방율은 53%였다.  본인은 체중감량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고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위장내 풍선장치 시술을 하였다. 

시술 후 병원에 입원해있는 첫 1주일 동안은 체중이 8kg이나 빠졌다. 그런데 퇴원하고는 한 번도 병원에 찾아오질 않았다. 본인의 체중감량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위장내 풍선장치를 그냥 방치해둘 경우 위산의 계속된 공격에 구멍이 나면 사이즈가 줄어들면서 위장을 통과해버려 장을 막는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6개월 정도 되면 제거를 해야 한다. 따라서 김 모양을 수소문하여 시술 4개월 째 위장내 풍선장치 제거시술을 시행했다. 그런데 제거하러 병원에 왔을 때 체중이 130.5kg이었다.



[그림 3. 김 모양의 체중변화. 4개월 후 위장내 풍선장치가 있었음에도 시술 전 체중으로 돌아와 있었다.]


 500cc 생리식염수가 들어있는 풍선이 위장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데에도 체중의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위장의 크기가 줄었으니 본인의 체중감량 의지가 없어도 당연히 체중이 빠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렙틴저항성이 개선되지 않는다. 김 모양에게 물어보니 많이 먹지 못하니까 기운이 너무 없어서 운동을 할 엄두를 못내고 거의 방안에만 있었다고 했다. 한번에 많이 먹지 못하니까 조금씩 자주 끊임없이 먹었다고 한다. 생리적 체중조절시스템은 이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루 6시간을 자던 사람에게 오늘부터 하루 3시간만 자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 며칠간은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3-4일이 지나면 쏟아지는 잠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를 책상에 콕 박고 잠이 들어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굶다시피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인 이후 밀려오는 식욕은 의지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 몸의 본능적인 조절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세트포인트를 낮추려는 전략을 펴지 않고 무조건 적게먹는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다. 





-다음주 월요일, 살빼고 싶다면? '원시인처럼 먹고 움직여라(6)'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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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렙틴호르면(구석기다이어트)

Posted at 2009. 7. 5. 14:39 // in 필진 칼럼/박용우 교수 // by 트레이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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렙틴 호르몬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은 일정한 수준의 체중과 체지방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세트포인트 이론은 1950년대 초반에 처음 제기되었다. 1994년에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발견되면서 이 이론은 급물살을 탔다. 체내 지방량이 줄어들면 렙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뇌에서 렙틴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받으면 콘트롤러인 뇌는 신진대사 속도를 떨어뜨려 에너지를 아끼고 식욕을 강하게 내보내서 에너지 섭취를 자극한다.

반대로 체내 지방량이 많아지면 뇌는 렙틴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아서 신진대사를 높여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식욕을 눌러 섭취량을 줄인다. 즉, 지방조직과 뇌신경과의 연결고리를 확인한 것이다. 렙틴이 생성되지 않게 유전자조작을 가한 실험쥐는 한없이 먹어대면서 형제 쥐보다 체중이 4배 이상 많이 나갔지만 렙틴 호르몬을 주사하자 체지방이 줄면서 정상체중으로 돌아왔다. 실험쥐에게 인위적으로 일정기간 음식공급을 제한하면 그 이후 섭취량이 크게 늘어나고 음식섭취를 제한하는 기간동안에는 활동량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림. 렙틴 호르몬]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호르몬은 체중조절시스템에서 아주 중요하다. 렙틴생성이 안되는 쥐는 식욕억제가 안되어 끊임없이 음식을 먹게되고 형제쥐보다 4배 이상 체중이 증가한다.


21세기 현대인들에게 렙틴은 어떻게 반응할까

21세기를 살아가는 신인류에게 이제 기근이 와서 며칠씩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굶어야 하는 환경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체지방 조절수준의 하한선은 떨어질 수 없다. 체지방이 부족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성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자손을 퍼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지방 조절수준의 상한선은 어떻게 될까? 앞서 언급한 대로 맹수의 위협에서 벗어났고 몸이 둔해도 냉장고 문을 열어 음식을 꺼내 먹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상한선이 없어졌으니 굳이 기아상태를 겪지 않아도 세트포인트는 ‘비만유발환경’에 야금야금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면 내 몸은 비만해졌을 때 당뇨병이나 심장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세트포인트가 야금야금 올라가는 걸 방치해 두는걸까? 우리 몸의 유전자는 250만년 인류 역사에서 기아상태는 수없이 많이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음식을 풍요롭게 공급받아온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방을 많이 비축해두는 상태는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기아상태에 대비해서 그다지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인식할 뿐 비만과 당뇨병의 무서움을 우리 유전자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다.


[그림. 렙틴호르몬의 감수성] 렙틴호르몬은 체지방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여 곧바로 신진대사를 떨어뜨리고 식욕을 강하게 자극한다. 하지만 반대로 체지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둔감해진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상황을 거의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은 본능적으로 기아상태에 대비해서 여분의 지방을 축적하는 상태를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세트포인트와 렙틴 호르몬

뚱뚱한 사람들은 몸 속의 렙틴 호르몬 수치가 부족할까 넘쳐날까?

언뜻 생각하면 렙틴이 정상보다 적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으니 뇌에서는 렙틴이 부족하다고 받아들여 식욕을 더 당기게 해서 지방량을 늘려놓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뚱뚱한 사람들은 정상체중 사람들에 비해 렙틴 수치가 높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므로 지방량이 많을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렙틴 수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적으로 렙틴이 만들어지지 않아 뚱뚱해진 경우도 있지만 이건 전세계적으로 케이스 발표가 있을 정도로 아주 드물다.

렙틴은 체중과 체지방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몸 속에 지방이 늘어나면 렙틴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뇌에서는 식욕을 누르고 신진대사를 빠르게 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데 왜 뇌는 렙틴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전문가들은 이것을 “렙틴 저항성” 때문으로 해석한다.

렙틴이 부족한 신호는 뇌가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렙틴이 넘치는 상황은 우리 몸의 유전자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신호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트포인트의 상향이동도 한 몫을 한다. 20대 초반 65kg을 유지했던 사람이 ‘비만유발 환경’에 유전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만성스트레스와 그로인해 단순당, 정제탄수화물 같은 음식 섭취량이 크게 늘면 세트포인트가 상향조정되면서 어느 순간 80kg이 되어 버렸다.
 

[그림. 렙틴호르몬과 에너지밸런스]

내 몸이 80kg을 새로운 세트포인트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는 뇌가 렙틴 호르몬 수치를 부족하다 혹은 넘친다고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정상 수준의 렙틴량 보다 수치가 더 증가했음에도 이를 ‘정상 수준’으로 판단해 버린다.

나는 80kg에서 예전 몸무게인 60kg으로 가고 싶은데 내 몸은 80kg에서 체중이 줄어드는 순간 렙틴이 부족하다고 외치면서 어떻게든 80kg을 유지하려고 버틴다. 어렵게 5kg을 뺐어도 용수철 튀어오르듯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요요현상의 원인은 체중만 줄였을 뿐 세트포인트는 그대로 있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그림. 비만의 원인] 비만은 일정한 체중을 유지해주는 체중조절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면서 세트포인트가 흔들려 상향 재조정된 질병이다. 따라서 비만의 치료는 ‘무조건 적게 먹고 운동하기’가 아니라 세트포인트를 다시 끌어내리고 체중조절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금요일, 살빼고 싶다면? '원시인처럼 먹고 움직여라(5)'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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